수면/아기잠 | 안아/젖먹여/업어 재우는 것이 나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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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안아재우거나 젖먹여 재우거나 업어재는 것이 나쁜 것인가?
꼭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꼭 좋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기를 안아주고 사랑을 주고 관심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아기를 안아/젖먹여/업어 재우는 것이 어느새 엄마(아빠)가 더 이상 힘들어서 계속 안아/젖먹여/업어 재우지 못하게 생겼을 때 그게 문제
가 되는 것이지요.계속 설명하기 전에 잠시 잠자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잠을 수십년 자본 우리 어른은 그냥 잠이 오면 잠을 자는 것으로 단순히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불면증을 걸린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잠이 오면 그냥 잠을 자면 되는' 이 단순한 것이 절대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잠이 오니까 침대에 들어가서 이불 덮고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어른들도 잠이 와서가 아니라, 시계를 보고 '아, 잠잘 시간이구나' 생각을 하고 그 때부터 잠을 불러 일으키는 특정한 일들을 합니다.
저의 예를 들어보면, 시계가 먼저 잠을 불러일으키는 첫 요소입니다. 잠이 와서 일찍 잠자리에 드는 날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먼저 시계를 봅니다. 잠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시계가 11시쯤을 가르키면 우유를 한잔 마십니다. 자정을 넘기면 슬슬 컴퓨터 작업을 끝냅니다. TV 리모콘을 돌리면서 아까운 저혼자만의 시간에 볼만한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검색합니다. TV도 컴퓨터도 끄고 양치질을 합니다. 화장실 사용을 하고 마지막 보습을 해줍니다. 전기를 끕니다. 자는 아이 볼에 뽀뽀를 합니다. 베개를 챙기고 이불을 덮습니다.
꼭 이렇게 하려고 정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런 순서가 정해져서 거의 매일 이런 순으로 잠을 청합니다.
수면전문의들은 이런 잠을 청하는 일련의 과정을 단순히 보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들이 잠을 불러 일으킨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있는 조건반사과정과 유사하다고 보고 잠에 대한 연합형성(sleep association)이라고 부릅니다.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를 듣고 먹이가 나올 것을 예측해서 침이 고이는 실험에서, 그 개에게는 종소리와 먹이가 연합을 형성해서 생리현상인 침이 고이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비록 저의 잠자기 연합형성이 과정이 길기는 하지만, 저는 TV와 컴퓨터 끄기, 양치질, 화장실, 보습, 전기끄기가 잠에 대해서 연합을 형성한 것이지요.
설명을 아기에게로 돌아가면, 아기는 안아줘야, 젖을 먹어야, 업어줘야 잠을 잡니다. 공갈 젖꼭지를 물고 자기도 하지요.
아기가 잠이 오는 것같아도 안아줘야, 젖을 먹어야, 업어줘야, 공갈 젖꼭지를 물어야 잠을 자는 연합을 형성한 것지이요. 이런 연합 형성은 엄마(아빠)가 문제로 느끼기 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될까봐 미리 문제로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이게 바로 육아스트레스의 반절이지요. 미리 걱정하는 것.)
어른은 잠에 대한 연합물이 그렇게 강하지 않습니다. 잠을 하도 많이 자보다 보니 이렇게도 자보고 저렇게도 자봤고, 이렇게도 잠을 설쳐보고 저렇게도 잠을 설쳐봤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아기처럼 얕은잠 비중도 높지 않습니다. 아기는 잠에 대한 연합 형성이 강합니다. 아기는 잠을 자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잠들기 전에 특정 연합물이 제공되지 않으면 잠을 자기가 힘듭니다. 게다가 다섯명 중에 한 두명 정도는 잠들 때만 힘든게 아니라, 자다가 얕은잠에 이르렀다가 깊은잠으로 다시 들어가야 할 때까지 힘듭니다.
문제가 바로 이렇게 얕은잠에 이르렀다가 깊은잠으로 다시 들어가기 힘든 아기를 둔 부모에게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한번 아기를 재울 때 2-3시간은 연합 형성을 제공해 줘야 하는 아기 부모에게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기를 재우기 위한 연합물 - 안아주기, 젖 먹이기, 업어주기를 밤에도 몇번씩 해줄 수 있느냐는.. 엄마(아빠)에 따라 다릅니다. 물론 아기 월령에 따라도 다르지요. 아기가 자라면서 이런 잠에 대한 연합형성은 점점 강도가 약해지니까요.
6개월쯤이 되어도 연합형성되어 있던 특정 행동은 점차 약하게 제공하고, 대신 엄마의 도움이 크게 필요하지 않거나 쉽게 도움줄 수 있는 것들(자장가, 러비 등)과 연합을 형성되도록 잠자는 방법을 점차 수정해 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기를 안아 재우고 젖물려 재우고 업어 재우는 것은 꼭 나쁜 일은 아닙니다. 10~20분쯤 이렇게 하고 아기가 잠이 들고 나서 침대에 눕혀도 잘 안 깬다면 문제 될 것 없습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일을 계속 하고 있을 때가 문제입니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 다음으로 고려할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할 나의 에너지(아기의 저항을 견딜 에너지)를 쏟아부을 준비가 되어 있느냐, 입니다.
문제라고 판단했고 에너지를 쏟을 준비가 되어있다면, 그 이후 잠버릇 고치는 방법은 방법들이 다를 뿐 효과는 비슷비슷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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